▲ 사진=교도연합뉴스

우익 성향의 일본 국회의원이 3일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에 이어 일본내 다른 조선인 노동자나 위안부를 기리는 기념물도 철거되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일본 자민당의 스기타 미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군마현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기사를 첨부하면서 "정말 잘됐다"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일본 내에 있는 위안부나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의 비 또는 동상도 이 뒤를 따랐으면 좋겠다"며 "거짓 기념물은 일본에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토에 있는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동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또 다른 사진을 올리고서 "사유지여서 철거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쪽도 빨리 철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올린 사진을 보면 2016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의뢰로 제작돼 교토에 건립된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노동자상으로 보인다.

스기타 의원의 이번 글은 군마현에 이어 일본내 다른 조선인 노동자와 위안부의 추모비나 기념물의 철거를 선동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군마현의 추도비 철거가 역사 수정주의를 조장하면서 다른 추모시설에도 나쁜 전례로 파급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일본 교도통신도 스기타 의원의 이번 글에 대해 역사 수정주의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언동이라고 지적했다.

스기타 의원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등 우익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특히 2016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한복 차림 여성을 비꼬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난해 일본 법무성 산하 조직으로부터 인권 침해로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사과하기는커녕 그 뒤로도 '재일특권'(在日特權)의 존재를 주장하는 등 차별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재일특권은 일본의 극우 성향 누리꾼인 '넷우익'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이에 스기타 의원의 인권 침해 등을 주제로 한 집회가 이날 오사카에서 열리기도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차별자를 방치하는 자민당과 사회의 변혁을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군마현 당국은 지난달 29일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추도비를 철거하는 공사에 착수해 지난달 31일 철거를 마쳤다.

이 추도비는 현지 주민들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으나 2012년 행사 도중 '강제연행'이 언급됐다는 점을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으면서 철거 요구를 제기했다.

결국 군마현 당국은 2014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의 소송 제기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해 철거까지 이르렀다.

추도비가 철거된 자리는 현재 공터로 남아있다.

/문희국 기자 mo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