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터 뷰/ 연평도 누볐던 김기남 해병대 예비역 장군
   
 

"해병대는 변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창이 필요할 뿐 입니다."
김기남(58) 해병대 예비역 장군은 결연한 표정으로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해병대의 대응이 늦었다'는 정치권의 비판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섭섭함은 목 아래로 삼키는 모습이었다.
연평부대는 지난 23일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K-9 자주포 3문으로 최선의 대응을 보여줬다. 철모가 불에 타고 있는데도 포격을 멈추지 않았던 장병이 있을 정도였다.
김 장군은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창이 짧았던 것"이라며 "서해 5도서를 방어할 수 있는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77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평부대 정보참모, 해병대 사령부 작전참모를 두루 거친 김 장군은 지난해 4월 해병대 2사단장을 마지막으로 33년의 군 생활을 마쳤다. 연평도는 김 장군이 마음 속으로 수백번도 더 그려왔던 전장이었다. 군을 떠나있는 지금도 김 장군의 마음은 늘 연평도를 누빈다.
김 장군은 이번 연평도 포격에 대해 "대응은 좋았지만 병력과 무기에서 한참 열세였다"고 말한다. 연평도를 겨누고 있는 북한군의 해안포는 100여문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연평도에서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는 K-9 자주포 6문이 고작이었다. 연평부대의 작전개념이 섬에 상륙하는 북한군을 격퇴하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연평부대가 K-9 자주포로 대응하는 사이 지상군의 열세를 메워줄 해군과 공군 전력 또한 북한군을 타격하지 않았다.
김 장군은 "군은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군의 도발에 충분하게 대응하기로 했었지만 이번에는 공군의 지원이 없었다"며 "분명하게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해 5도서를 방어할 병력과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늘리고 지휘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짚었다.
김 장군은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서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북한군의 목 아래 비수를 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반대로 서해 5도서가 북한의 손에 넘어가면 수도권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천은 더욱 그렇다. "서해 5도서가 넘어가면 당장 북방한계선(NLL)이 남쪽으로 내려온다"고 밝힌 김 장군은 "그렇게 되면 인천은 북한군의 위협 때문에 들어오던 물류들이 모두 다른 항구로 우회하면서 어선만 드나드는 항구로 전락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군은 북한의 도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치적인 부분은 그에 걸맞은 전문가의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군 전문가로서 "서해 5도서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남한의 중요한 시설인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압박하려는 의도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장군은 마지막으로 해병들에게 "초기대응은 잘했지만 비판에 따로 변명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그리곤 "우리는 단지 차후 북한군의 기습에 맞서 철저하게 준비할 뿐"이라고 말을 맺었다.


/서울=글 박진영·사진 정선식 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