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50주년 맞아 자료 전시 … 오늘'연혁관'문 활짝
   
 


1962년 인일여자고등학교 2회 입학식. 박춘순(64) 총동창회장은 고등학교 입학 당시의 설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인일여고는 한 학년에 3개 반, 총 150여명밖에 안 뽑는 '소수정예' 명문고였어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들어올 수 있었죠."

꽃 같던 고교시절, 등·하교길에 스치던 근처 남고 학생들과의 추억부터 학교대항 매스게임 1등 수상의 기억까지 아스라한 기억조차 박회장에겐 늘 새롭다.

박회장은 "공부와 운동, 무용, 백일장 등 못 하는 게 없는 '엘리트' 여성을 길러내는 학교였다"며 "그런만큼 인일여고 출신이라는 긍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녀들의 꿈을 키워왔던 인일여고가 어느새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동창회장을 맡은 뒤 지난 5일 있었던 50주년 기념행사와 '50년사' 편찬를 준비하며 한창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만큼 남겨진 자료가 많을 법 했다.

그러나 정작 작업에 착수하자 대부분의 자료가 이미 폐기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동문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각종 사진과 자료 수집에 몰두했다.

그 결과 50년의 기록을 모두 담긴 '인일여고 50년사'가 발간, 학교에 헌정됐다.

세월이 흐른만큼 많은 게 변하기도 했다. 교문 위치가 달라졌고 '성실·협동·단정'이었던 교훈이 '지성'이 됐다. 무엇보다 고교평준화를 겪으며 다른 학교와의 학력 격차가 좁아지기도 했다.

"그래도 명문학교라는 뿌리는 어디 가지 않는답니다. 지금 학생들 역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무엇보다 발랄하고 생기있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잖아요."

박 회장의 모교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50년사'를 토대로 더 많은 자료·역사를 기록하고자 7일 인일여고 안에 연혁관을 열고 개관식을 갖는다.

연혁관을 짓는데 들어간 비용은 모두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그는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기에 요즘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박 회장은 고심끝에 이전 문제에 한 표를 던졌다.

"한 달 전쯤 인일여고 이전 신청을 했습니다. 이 동네에 쌓인 정은 만만치 않지만 학교 운영이 어렵다잖아요. 옛 명문고의 전통을 잇는 게 현 동창회의 과제랍니다."


/유예은기자 yu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