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종의 인간적 면모 등 재조명
철저한 고증·감수 … 가치 인정
   
 


장편소설 <이몽>(김시연·은행나무)은 '강화도령'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비운의 왕 철종을 150년 만에 재조명한 소설이다.

권문세도가들이 장악하고 있던 조선 후기 신권 사회에서 성군이 되길 원했으나 허수아비왕으로 스러질 수밖에 없었던 철종. 이 작품은 왕으로서가 아닌 인간 이원범(철종)의 숨겨진 삶과 비극적 사랑을 통해 철종을 인간적으로 재조명하고, 잘못 인식돼 왔던 철종의 역사를 바로잡는다.

작가가 6년간 온전히 집필에만 몰두하여 완성한 <이몽>은 철종에 관한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것뿐만 아니라 사옹원과 내시, 왕실 의식, 풍속 등 그동안 소설과 드라마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전통 의례들을 제대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임용한, 김인호 등 권위 있는 역사학자들이 각 분야별로 작품의 감수를 마쳤으며 "철저한 고증과 개연성을 확보한 우리 역사의 신선한 재해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에 따르면 철종은 어혜에 밟히는 풀잎이 가여워 눈물을 글썽이는 봄바람처럼 따뜻한 천품이었다. 양부모에겐 효성이 극진했고, 즉위 직후부터 꾸준하고 착실하게 공부를 계속했다.

약자에 대한 본능적인 연민으로 서류과를 만들어 서얼들을 등용하고, 흉년이 들면 아낌없이 내탕고(임금의 사재(私財)를 보관하던 창고)를 열어 구휼에 힘썼다. 양반들의 사문봉채(사대부가에서 사채를 주고 폭력을 행사하며 무리하게 빚을 받는 것)와 재산 강탈을 엄히 경계시키고, 전국에 민란이 끊이지 않자 탐관오리를 발본색원코자 암행어사를 숱하게 파견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왕은 삶의 거친 파고와 권신들에게 대항하기에 너무 겁약했다. '사랑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있지만 그는 사랑이 전부인 남자'였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왕과 대척점에 있는 흥선군의 권력욕은 노회하고 강렬했다. 겉으로는 미친 척 파락호 행세를 했지만 집안에서는 아들에게 제왕학을 엄하게 가르쳤으며 부친 남연군의 묘를 자손이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한다는 조선 최대 명당지인 보덕사로 이장하기까지 한다.

작가는 철저한 사료 조사와 끈질긴 취재를 바탕으로, 권력에 대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꿈을 대립각으로 삼아 팩트와 팩트 사이의 세밀한 퍼즐 맞추기를 통해 한 가여웠던 왕의 일생을 들여다본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