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물 침식·부패 … 인근 직원"여름철 두통·구토 유발"

지난 27일 오후 2시쯤 남동공단 유수지 인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A사 정문 앞.

시내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음식물 쓰레기 냄새보다 더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시간이 지나도 악취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짜증이 나고, 속이 메스꺼웠다.

A사의 직원 소모(30)씨는 "오늘은 그래도 냄새가 덜한 편"이라며 "악취가 심할 때면 일하다가 두통이 생기거나 구토를 해 조퇴를 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재작년부터 이곳에서 일해 온 소씨는 매년 여름마다 악취가 진동해왔다고 덧붙였다.

냄새를 참지 못해 업무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악취를 피해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일부러 자가용에 들어가 쉬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럼 악취는 어디에서, 왜 발생하는 것일까.

A사 직원들은 남동공단 유수지가 냄새의 근원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유수지는 지난 1985년 남동공단이 조성되면서 함께 만들어졌다.

유수지는 승기천과 남동공단에서 흘러들어오는 폐수를 정화하고 장마철에 많은 양의 비를 임시로 저장해 남동공단 일대의 침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수지 바닥에 폐수, 이물질 등으로 인한 퇴적물들이 침식되고 썩는 것이 30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악취가 발생한다는 것이 인천시의 설명이다.

남동공단 직원들은 악취의 원인이 분명하고 인천시가 유수지를 관리하는 만큼 시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씨는 "인천시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남동공단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동공단의 또 다른 업체 노동자인 백모(23)씨는 "악취가 장마철에만 유독 심해지는 것 같다"며 "시가 악취가 나는 기간만이라도 비상 대책을 세워 직원들이 악취에 고통받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동공단이 악취에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 인천시는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악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수지 바닥에 쌓여있는 퇴적물을 처리해야 한다"며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성원기자 csw0405@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