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피해자 저항하지 않았을 것"
警"선입견 가진듯"지적

남성 장애인이 동성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것에 대해 법조계와 경찰 조직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이규)는 장애로 몸이 불편한 50대 남성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으며, 배심원 7명 가운데 6명이 무죄, 1명이 유죄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 제고라는 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배심원단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4월10일 오후 1시20분쯤 인천 남구 한 여관방에서 평소 노숙생활을 하며 알아온 지체장애 2급 서모(51)씨를 성폭행하고, 항문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배심원 대다수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남성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성행위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등 이유로 무죄 의견을 냈다.

이 판결을 두고 법조계와 경찰 조직에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의 한 경찰관은 "서씨가 항문이 파열될 정도로 성폭행을 당했는데 무죄가 나왔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만약 여성이 피해자였다면 당연히 유죄가 나왔을 것인데 배심원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선입견을 갖고 판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한 변호사는 "배심원들이 자칫 감정을 갖고 판단을 해버리는 국민참여재판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판결"이라며 "피고인 김씨는 과거에 부녀자를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는 등 누가 봐도 혐의가 분명한데, 배심원들이 감정에 치우쳐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도 배심원들의 판단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대다수 배심원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의견을 권고했는데, 피해 남성의 정신상태를 고려할 때 배심원들이 그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