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어컨 전기세 부담"모텔·찜질방 등 이용
   
▲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8일 인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앞 도로가 움푹 패여 있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차 무게에 따른 압력과 높은 온도로 인해 아스팔트가 물러지는'소성변형'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례1. 남동구에 사는 회사원 최모(38)씨는 요 며칠 사이 더운 날씨 탓에 잠을 설치는 횟수가 많았다.

최씨의 아내와 자녀도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에어컨 구입도 고민해봤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금방 단념했다.

결국 최씨는 지난 4일 저녁 가족을 데리고 인근 모텔을 찾아갔다.

최씨 가족은 모처럼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시원하고 기분 좋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사례2. 동구의 한 고시촌에서 자취하는 이모(35)씨는 그동안 더위를 선풍기 하나로 버텨왔다.

며칠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2주가 지났다.

이씨는 7일 새벽 줄줄 흐르는 땀과 온 몸의 끈적거리는 느낌에 무작정 집 밖을 뛰쳐나왔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이씨가 간 곳은 피시방.

이씨는 의자에서 쪽잠을 자기는 했지만 더워 잠을 못자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여기고 곧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이 인천시민들을 집 밖으로 내몰고 있다.

찜통 같은 집에서 버티다 집 밖을 나와 에어컨이 설치된 모텔이나 찜질방, 피시방 등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8일 남구 주안동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60대 사장은 "요즘 날씨가 덥다 보니 하루에 가족 단위로 2, 3팀은 꼬박꼬박 찾아온다"며 "안에서 영화도 보고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어떤 가족은 음식을 직접 갖고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평의 한 모텔 30대 사장은 "한 주에 10가족이 모텔을 찾는다. 자주 오는 한 가족은 '집에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세 많이 나와 모텔을 찾는다'고 하더라"며 "폭염이 불륜 장소 등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인천지역 찜질방마다 수면실은 폭염을 피해 집을 나온 손님들도 미어터지고 있다.

남구의 한 찜질방 업주는 "올해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을 자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지난해 여름에 비해 몇 배나 늘었다"고 즐거워했다.

혼자서 찜질방이나 모텔에 가기 꺼리는 시민들은 부담 없이 피시방을 찾는 상황이다.

더운 날씨에 잠을 설치느니 차라리 쪽잠이라도 시원하게 자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박범준·최성원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