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 교수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고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나 각 지방에 적합한 행정의 실현이라는 구태의연한 구호를 떠나 어떻게 하면 우리의 현실에 맞는 지방자치를 시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12월 대선과 때를 맞춰, 지방자치의 현실화에 대한 주장과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방 재정의 안정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거나, 기초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지방자치가 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한 전제 조건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이런 제도적인 보완이 있기 전에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정당 공천을 형식적으로 폐지한다고 해서 현재의 공천 제도가 가지는 모순이 해결될 수 있을까? 너무 감상적인 생각이다. 중앙당 중심의 정당 구조, 공천에 있어서 지구당 위원장의 막강한 권한 등이 존재하는 한, 정당 공천 폐지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차라리 어느 당 후보자인지 확인하고 그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가능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는 정당 공천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옳다.
지방자치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역에서 활동해 온 사람을 공천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앙당 구조로부터 지방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을 광역 단위의 시·도 당에서 공천하고, 현재의 관행을 고쳐서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의 공천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구당 위원장의 권력을 줄이면서 지방 의원들의 역할도 활성화 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권력의 균형을 찾아주자는 것이다.
다음은 지방 의원들이 가지는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철저히 주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자리가 지방 의원이라는 신분이다. 의원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보좌관 제도를 두거나 활동 예산을 늘리자는 주장들은 충분히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
다만 지방 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이 제대로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했다면 현재와 같은 인천시의 재정 문제가 발생했을까? 월미 은하레일 같은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을까? 해외 여행 다니고 보수 올려달라고 주장은 또 어떠한가?

그리고 인천시 의원들이 집행부인 인천시 산하의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하면서 수당을 받는다고 한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기관의 의원들이 집행부 소속의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회의원이 정부 산하의 위원회 위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인천 시의원들도 인천시 산하 위원회에 위원이 될 수 없다. 그것이 권력 분립의 원칙에도 맞는 것이다. 동시에 의회 사무처도 인천시로부터 독립하여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이 임명한 의회 사무처장이 누구의 눈치를 볼 것인가?
지방자치의 꽃은 의회 기능의 활성화에 있다. 의원들이 자기 책임을 다하면서 집행부를 올바르게 견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것이 국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