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얻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 생활 전반 도맡아"고충 토로
도교육청"올해부터 멘토 지정 등 방안 고려"

"집에 있다가 밤중에 원어민 선생님이 키우던 개가 아프다며 전화를 했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동물병원을 하는 학부모에게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어요."

경기도내 일선 교사들이 업무와 무관한 원어민 교사들을 담당하는 민원(?)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원어민 교사는 1200여명으로 올해 도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는 원어민 교사는 모두 483명이며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 31개 시·군이 지원하는 교사는 720여명이다.

현재 원어민 교사들은 도내 학생들에게 영어 활용 능력 확대와 영어권 문화 적응 등을 위해 각급 학교에서 활동중이며 대부분 일선 학교에선 영어 담당 교사들이 이들의 학교 수업을 비롯해 생활 전반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원어민 교사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나 근무 지역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해당 영어 담당 교사에게 거의 모든 부분을 의지하게 되면서 해당 교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평지역 K(32·여)교사는 "원어민 교사가 오면 방을 얻는 문제부터 먹는 문제까지 사소한 것을 모두 영어 담당교사가 맡다보니 원래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데도 많은 지장을 받는다"며 "원어민 교사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수원지역 L(35)교사도 "원어민 교사가 오면 사실상 교사들은 본의 아니게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원어민 교사들은 자신들의 모든 일을 영어 담당교사가 해줘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신규 원어민 교사의 경우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며 지역교육청도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올해부터는 원어민 교사 중 멘토 교사를 지정,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포 등 한국어가 가능한 이들을 원어민 교사로 채용하기도 하는데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규원기자 yk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