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파주에서 정체와 용도를 알 수 없는 무인기가 추락한 것이 발견됐다. 군과 경찰은 처음에는 제작 수준이 높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다가 점점 살이 붙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조악한 무인기가 우리나라 중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첨단 무기로 변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첨단 무기를 막으려면 몇 백억을 들여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사서 배치해야 안전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많은 첨단무기를 사왔고 또 사오려고 한다. 이쯤 해서 한 가지 생각은 최첨단 무기로만 국가의 안전보장이 지켜질 수 있는가이다.

기원전 218년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예상을 뒤엎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쳐들어왔다(2차 포에니 전쟁). 이에 놀란 로마는 군대를 보내 막으려 했지만 연패를 당한다. 특히 기원전 216년 칸나이 전투에서는 7만의 로마병사들이 몰살을 당한다. 그리고 이 전투에서만 80명의 원로원 의원도 거의 전사했다. 대승을 거둔 카르타고 장군들은 한니발에게 지금 로마를 공격하면 닷새 후에는 카피톨리노 언덕(로마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마의 붕괴는 '로마 연합'을 무너트려야만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한니발은 공격하지 않았다. 3세기 로마는 수도에만 기능을 집중한 형태의 국가가 아니라 각 도시국가와 동맹을 맺은 연합체였다. 그래서 한니발은 로마로 곧장 진격하지 않고 로마를 비껴서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을 공격해 로마연합에서 이탈시켜 로마를 무너트리려고 했다. 2차 포에니 전쟁은 16년 동안 계속됐지만 한니발이 붕괴시키려고 했던 로마연합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로마 시민권' 때문이었다. 로마 시민권은 로마 시민과 똑같은 권리를 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각 도시에 로마와 똑같이 공공수도와 공중목욕탕, 도로 등 시민을 위한 공공인프라를 만들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앤드류 월레스 하드릴 교수는 "로마인들의 국가관은 매우 뚜렷했다. 국가를 의미하는 로마어 단어 'res publia'는 공공의 물건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국가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다.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시민이다. 그래서 모든 로마의 도시는 시민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라고 말한다.(EBS 다큐프라임:'위대한 로마') 결국 로마연합이 붕괴되지 않은 것은 평등과 시민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치철학, 귀족들의 솔선수범, 집정관의 공정한 법집행 때문이었다.

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여성군인, 미국 기업에 군사기밀을 넘기는 대가로 수 십억원의 금품을 받은 장성, 헬기 정비계약을 맺은 방산 업체들이 고가의 부품을 교환하지 않고도 교환한 것으로 속여 헬기가 추락하자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비행착각'이라고 발표하는 군대, 조종사의 안전은 뒤로 한 채 재벌이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활주로 각도를 틀어주는 국방부, 국가 경제성장에 같이 이바지했는데도 재벌은 솜방망이 처벌하고 노동자는 철퇴로 처벌하는 사회, 재벌들 소리에는 웃으면서 귀를 기울여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그로 인해 망해가는 중소상인들 소리에는 귀를 막는 정부, 병원비가 없고 생활고 때문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 등이 있는 나라라면 아무리 최첨단 무기를 하늘만큼 쌓아놓았다 하더라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안보의 최고의 무기는 나라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국민이다. 따라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값비싼 무기를 들여올 생각만 하지 말고, 적어도 로마인들이 갖고 있었던 정치철학으로 국민이 평등하고 소중하게 섬김을 받는 정책들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것이 안팎으로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