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일대 미단시티 등 이미 중복사업 진행 중
정부 인천시 협의 없이 결정 … 시 "권한 달라" 요구

인천시가 항로 준설로 인해 조성된 '준설토 투기장'에 대한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 땅인데도, 시의 권한이 미치지 않다보니 정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발 방향'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준설토 투기장'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준설토 투기장'이란 서해에서 원활한 선박 운항을 위해 바다 아래의 흙을 퍼 올려 버리는 곳을 말한다. 장기간 흙을 버리다보니 바다였던 투기장은 결과적으론 간척지로 변한다.

준설토 투기장 처리 권한은 법적으로 중앙정부에 있다. 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한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의 상위 기관인 해양수산부가 이 땅의 활용 권한을 가진다.

소유권은 물론 도시계획과 같은 각종 인·허가 절차도 정부가 담당한다. 문제는 정부가 이 땅을 활용하면서 시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가 준설토 투기장을 해양·항만 시설로 이용할 때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당시에는 지역 경제를 이끌 항만 시설을 확충하는 게 당연시 됐지만, 최근 정부가 시의 관광단지 사업과 비슷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해수부가 발표한 '영종도 드림아일랜드'가 있다.

해수부는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중간에 위치한 준설토 투기장 316만㎡에 대규모 종합관광·레저허브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수부는 이런 계획을 발표할 당시 시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시는 영종도 일대에 미단시티와 용유·무의 개발사업 등 다수의 관광단지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드림아일랜드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항만법과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따른 법률을 고쳐 ▲투기장 소유권·각종 계획 결정 권한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 ▲도시 발전계획 및 준설토 재활용 방안 연구 ▲해양생태보전협력금 활용방안 모색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천발전연구원의 과제 연구를 거친 뒤 국회를 통해 법 개정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미 관광단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 근처에 중복 사업을 벌이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지금 제도로는 정부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어 대응할 방법이 없으니 법부터 고치겠다"고 말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