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 후 기울어져 … "배가 가라앉고 있어요" 절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62명 태운 제주행 선박 아비규환
쓰러지고 부서지고 … 생사 갈림길 넘어 필사적인 탈출
   
▲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825t급 청해진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해경대원들이 긴급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16일 오전 8시 52분 전남 소방본부 상황실로 긴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학생으로 보이는 신고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긴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배가 침몰하고 있어요. 어디인 줄은 모르겠어요. 선생님 바꿔 드릴게요…."

119상황실은 곧바로 목포해경과 3자 대화를 연결했다.

이후에도 소방본부 상황실에는 15통의 신고전화가 잇따랐다.

수학여행 등 제주도 여행길에 들떠 있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승객과 선원 462명이 공포에 휩싸인 순간이었다.

승객들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5개층으로 된 선내에서 편의점, 휴게실, 단체여행객용 객실, 4~8인용 객실 등에 흩어져 있었다.

다수는 객실과 편의시설이 많은 3~4층에 몰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는 '쿵'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우는 느낌이 들 때만 해도 '파도 때문이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10분 뒤 "구명조끼를 입어라. 위험하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는 선내 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동요했다.

순식간에 배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면서 객실 안의 냉장고, 옷장, 여행가방, 소지품 등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승객들도 속절없이 넘어졌다.

쓰러진 자판기에 깔리거나 배가 기운 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맨발이 바닥에 쓸려 화상을 입고 허리와 다리 등을 다친 승객들의 비명으로 배 안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장모 양은 "3층 객실에서 친구들과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모두 방 한쪽으로 미끄러지고 캐비닛도 부서져 쏟아져 내렸다"며 "구명조끼를 나눠 착용하고 머무르는 동안 물이 점점 발목까지 차올라, 기어 올라서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구조 대원들이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객실 출구와 가까이 있던 승객은 목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출구와 떨어져 있던 학생 등은 선체에 기대 몸을 지탱하거나 출구로 향하다가 미끄러지기를 거듭했다.

가족에게 전화하다가 선체가 휘청거리면서 휴대전화를 놓치고 서로 뒤엉킨 학생들의 울음소리도 배 안을 채웠다.

커튼과 고무 호스를 잡고 간신히 바깥계단으로 나온 승객들은 헬리콥터와 경비정 등에 의해 구조됐지만, 나머지 승객 284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선사 여직원과 단원고 학생 등 4명은 숨졌다.

여직원은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사력을 다한 탈출 끝에 구조된 학생들은 친구들의 안부를 물어도 생사확인을 하지 못해 현장은 다시 울음바다로 변했다.

전모, 유모 양은 "아침을 먹고 2층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며 "선실 위로 탈출할 힘이 남은 학생들만 안간힘을 다해 바깥으로 나와 헬리콥터를 탔는데 선실에 남은 학생들이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며 울먹였다.

조모, 손모 양은 "3층 로비 소파에서 친구 5명과 이야기 중 배가 기울면서 친구들이 미끄러졌다"며 "난간 틀을 꼭 붙잡고 있는데 헬기가 나타나 구조된 뒤 가족에게 전화해 살아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