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해경과 해군 수색 대원들이 조명탄과 서치라이트를 밝히고 야간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사고의 피해 규모가 역대 최악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고 선박이 왜 조난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6천800여t에 달하는 여객선이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침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이 기관장 등의 신병을 확보, 본격적인 사고원인에 조사에 나선 만큼 제기된 의혹들은 하나씩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종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사고 원인 '암초' '좌초' '폭발'

사고 당시 해상상황이 안개 외에는 양호한 편이었고 항로도 정상항로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분석 자료를 근거로 사고 선박이 통상 다니는 항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사고지점도 해도상 암초가 있는 지역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이 점을 놓고 보면 선박 자체에 문제가 있었거나 외부적 요인에 의해 침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 있다.

구조된 승객들은 하나같이 침몰전 '꽝'하는 소리가 난 뒤 침몰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암초와 부딪쳐 '길게 찢어진' 형태의 큰 파공이 생기면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침몰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배 밑바닥 부분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생긴 선체 손상으로 침수가 발생해 침몰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일부 승객은 '찌지직' 긁히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꽝' 소리가 암초에 부딪혀서 발생한 소리인지, 선체 내부에서 발생한 소리인지를 밝혀야 사고원인 규명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시각 언제

목포해경에 접수된 최초 조난신고 시간은 오전 8시 58분이므로 사고 발생시각은 이보다 30여분 전일 가능성이 크다.

생존자들은 쾅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어 조난 사고 발생시간도 그 즈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 있던 어민들은 사고선박이 조난신고가 들어오기 1시간 전부터 정지해 있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어 실제 사고 발생시각은 이보다 훨씬 전일 수도 있다.

특히 단원고가 공개한 '시간대별 대응상황'에 따르면 제주해경이 오전 8시 10분께 사고선박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8시 58분 조난신고 훨씬 전에 사고선박에서 모종의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보일러실에 근무했던 승선원 전모(61)씨도 "오전 7시 40분께 업무를 마치고 업무 일지를 쓰던 중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며 "창문이 박살 나고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릴 정도였다"고 했다.

이같은 증언을 종합해보면 최초 사고는 신고 시간보다 1시간 앞선 오전 7시 30분∼8시 사이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피해 왜 커졌나

사고 발생 당시 전원구조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구조작업을 희망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조난신고 접수 2시간 이후를 넘어서면서 급격히 절망적으로 바뀌었고 290명 실종이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조난신고가 실제 사고 발생시각보다 1시간 이상 늦어졌다면 구조작업도 그만큼 지체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사고 이후 대처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생존자들은 "선내방송에서 대피하지 말고 현 위치에서 기다리라고 한 것이 탈출 기회를 막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 같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선실 밖으로 나오려는 승객들을 선원들이 막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승객들이 한꺼번에 선상으로 올라오면 배가 더욱 기울어 침몰이 가속된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또 구명복은 대부분의 승객들이 입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구명정이나 구명벌 등 구명장비들이 탑승객 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턱없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피하기 위해 유리창을 깨려는 승객들의 행동을 선원들이 만류했다는 승객들도 있다.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3·4층 선실의 출입구가 침수 이후 막혔을 가능성도 있다.

 

◇ 사고 선박 조난신고 했나 안했나

현재까지 해경이 밝힌 최초 조난신고는 오전 8시 58분에 휴대전화로 접수된 것으로, 탑승객의 가족이 연락을 받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고신고가 쏟아졌지만 정작 사고 선박의 신고장비 등을 통해 접수된 조난신고는 없는 것으로 해경은 밝혔다.

선박은 이퍼브(EPIRB), VHF통신기, V-PASS, SSB 통신기 등 위급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통신 시스템을 선택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세월호에는 이중 1개 이상의 신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 장비를 사용한 신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많은 신고전화 중 선원이 해경에 신고를 했을 수도 있고 별도 장비를 통한 신고를 했지만 시스템이 이상이나 고장 등의 어떤 원인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 순식간에 침몰 왜

6천800t 규모의 여객선이 순식간에 침몰한 것도 보기 드문 경우라는 시각이 많다.

오전 11시께 배가 60도 정도 기울었을 당시만 해도 침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희망섞인 전망이 우세했다.

여객선은 통상 이중격벽과 내부 차단막으로 침몰하기 쉽지 않다고 하지만 사고 선박은 멈추지 않고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일각에서는 사고선박이 일반 여객선이 아니라 자동차를 싣는 카페리호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가 실려 있는 곳은 선실과는 달리 격벽이 약한 곳이고, 배 어느 곳에서 충돌이나 폭발로 최초 침수가 시작되자 실려있는 자동차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무게중심이 흐트러져 침몰 속도가 빨라졌다는 주장이다.

사고선박의 침수가 시작되자 수백명의 승객들이 순식간에 우왕좌왕하면서 침몰에 가속도가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