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 왔다'고 전화 끊었는데…"

"'엄마 구조대 왔으니 끊을게' 한 게 마지막 전화에요."

"우리 딸이랑 둘이 있다고 들었어요. 구명조끼 입고 있을거니까 살아 있을 거에요."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여객선을 탔다 16일 오전 침몰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어머니들은 손을 꼭 쥐며 서로 다독였다.

이날 오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 70여명이 모여든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실낱같은 희망과 절규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오전 9시 44분 통화기록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긴 A양의 어머니는 "바다가 이렇게 찬데…. 어떻게 살아요"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나가는 구급대원에게 "혹시 이런 날씨에도 살 수있나요? 구명조끼는 입었다고 들었어요"라며 물었고, "공기만 있으면 하루 만에 구조된 적도 있었습니다"라는 말을 듣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뒤 남학생으로 보이는 시신을 인양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쓰러질 듯 주저앉으며 오열했다.

빨간색 운동복을 입은 여학생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일부 가족은 휴대전화를 걸어 빨간 옷을 입었는지 확인하다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절규하는 등 곳곳에서 안타까운 모습이 이어졌다.

일부 가족은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에게 "왜 정확하게 부상자와 실종자 수를 밝히지 않느냐"며 강하게 항의하다 상황판과 천막을 걷어차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도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현장에 경비정을 급파해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제주에서 사고 현장에 달려와 기다린 지 5시간이 넘었는데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실종자를 구조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둠이 내리면서 기온도 뚝 떨어져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가슴은 바싹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