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 전문가 미배치·장비 부실 드러나
선적 논란 인천항 전체로 확대

세월호 출항 전 선박 내 화물 적재가 허술하게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선박에 화물을 고정시키는 '고박(Lashing)' 전문가가 현장에 배치되지 않았고, 관련 장비 역시 부족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하역사인 A사에 따르면 회사는 1998년부터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 중인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에 대한 화물 하역과 선적 작업을 맡아 왔다.

회사 측은 특히, 화물을 선체에 고정하는 고박 면허를 갖고 있는 B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 갱신하고 있다.

고박 면허가 없을 경우 선체 화물을 처리할 수 없다.

그러나 세월호 출항 당시 고박 면허를 가진 B사는 현장에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화물 선적과 선내 고박작업에는 35명이 투입되는 가운데 면허를 가진 B사가 현장에서 고박작업을 점검하거나 감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화물 선적 후 고박 등 화물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선사 측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화물이 제대로 실렸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현장 근로자는 "예전에도 B사가 선적이나 고박 작업 현장을 찾아 점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화물 선적 상태를 선사가 확인해야 일당을 지불받는데, 선사도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B사는 "㈜청해진해운은 다른 선사와 달리 개별 계약을 맺지 않고, 하역사인 A사를 통해 작업을 진행해 B사는 사실상 인력만 제공해 왔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역사인 A사는 "처음 계약부터 지금까지 B사가 제시한 조건에 맞춰 정상적으로 계약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혀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선사가 고박 작업 장비를 부실하게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통 관련 장비를 선사가 준비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세월호 선적 자동차의 경우 외줄로 고정하는가 하면 바퀴 고정용 목틀은 2개만 사용했다.

이와 함께 10피트 컨테이너는 쇠줄이 아니라 천으로 만들어진 끈으로 고정했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로부터 불거진 선박 내 화물 선적 논란은 인천항 전체로 확대될 조짐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연안화물 처리 뿐 아니라 국제화물 처리 및 선적 과정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검·경 합수부가 국내 외를 오가는 여객선은 물론, 화물선 등의 화물 선적에 대한 사전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는 등 세월호 불똥이 인천항 하역업계로 확산돼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인천항 물류업계 관계자는 "선박 내 화물 선적 문제에 대해 수사당국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화물 하역 및 선적을 메뉴얼대로 진행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lotto@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