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사진 SNS·블로그 게시 … 상대후보 비방 보도자료 배포
시민 "추모 분위기 파악 못해 … 인천교육 제대로 이끌지 의문"

세월호 참사로 꽃같은 나이의 어린 학생들 수백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음에도 인천시교육감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볼썽 사나운 행태를 보여 비난을 받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인천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인사들이 SNS를 통해 각종 홍보성 사진을 공개하거나 상대 예비후보를 비방하는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오는 6·4지방선거에 인천시교육감으로 출마하는 진보진영 이청연 예비후보는 지난 21일부터 23일 오전까지 본인 계정으로 만들어진 네이버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총 96개의 글과 관련 사진을 개재했다.

자신의 선거 사무실 개소식과 '이청연을 좋아하는 왕언니들 캠프'를 비롯해 새마을협의회 동회장단 산행, 새마을부녀회 야유회, 각종 체육대회와 모임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보수진영 이본수 예비후보 역시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장면 대접행사, 장애인문화축제 참석 등 각종 행사 관련 소식을 올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기적을 기원하는 노란리본 운동이 전개되는 등 현재 SNS에서는 세월호 침몰로 희생되거나 실종된 승객들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 운동 홍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안경수 예비후보 역시 세월호 침몰 3일째인 지난 1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본수 예비후보 측을 비방하는 정치공세를 펼쳤다.

이 예비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전원기 서구청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보수단일화 경선을 앞두고 자격과 정체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안 예비후보측은 "허위사실을 방치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보도자료를 냈다"며 "보수교육감 단일화 경선이 얼마 남지 않아 이런 자료를 냈다"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려는 사람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정치공세를 하면 자격을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이처럼 SNS를 통해 퍼진 사진을 직접 본 시민들은 예비후보들의 섣부른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부모 이모(37·여)씨는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인천의 교육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학생들이 죽고 실종된 상황에서 교육감 후보의 행동으로는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시민 김모(40)씨는 "유족들 앞에서 라면 먹고 기념사진 촬영한 사람들과 이 예비후보가 다를 게 뭔지 모르겠다"며 "국민들을 대변하고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미개한 줄 몰랐다"고 꼬집었다.

사진을 직접 본 유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족 반모(26·여)씨는 "숨이 멎은 학생들이 얼마나 더 발견될지 모르는 상황에 교육감 후보라는 사람이 SNS나 하고 있으니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하다"며 "뭐가 그렇게 좋아서 활짝 웃고 있는지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힐난했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일자 이청연 예비후보는 트위터에 개재했던 글과 사진을 곧바로 삭제했다.

이청연 예비후보는 "세월호 관련 유족과 지역 주민들에게 가슴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 절대로 선거 홍보 차원에서 글과 사진을 올린 것은 아니다"며 "아직까지 배 밖으로 나오지 못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실종자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 하겠다"고 해명했다.

/최성원·김근영기자 csw0450@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