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이내에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내의 모든 민간인에게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 집에서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
14일(현지시각) AP 통신과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 주민 230만여 명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 명에게 와디 가자 이남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에서 군사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앞으로 며칠 내 가자시에서 지속적인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일 것을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일주일이 넘어가자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라는 극한 대치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날 현재까지 이스라엘에서 군사 작전 표적으로 예고한 가자지구 북부에서 주민 일부만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무차별적인 민간인 살상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격렬한 시가전이 펼쳐질 것을 짐작게 하는 이스라엘군의 성명은 유엔에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24시간 내 해당 지역의 주민 이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한을 전날 0시 직전에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통보 이후 현재까지 남쪽으로 이동한 주민이 고작 수만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미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의 수가 4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촉박한 대피 시한과 더불어 가자지구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하마스는 지상전 예고 성명을 선전전으로 일축하고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미처 피란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실제 교전이 시작되면 대규모 살상당할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 측에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며 민간인 보호를 호소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 역시 "필시 인도주의적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비극을 재앙으로 바꿀 수 있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군으로 꼽히는 미국 역시 이스라엘의 과격한 결정을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 대처가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지대 설치 방안을 이스라엘, 이집트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가자지구 남부와 맞닿은 이집트의 라파 국경을 개방해 민간인 대피를 돕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우려와 지적에 이스라엘도 한발 물러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했으나 보복을 멈추진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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