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룸서비스가 제공되는 특급호텔 스위트룸과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자취방 중 비용 부담 없이 선택해서 살 수 있다면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을까요? 단 자취방은 모든 행동이 자유롭지만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는 외출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해진 규율을 따라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허락을 받아야만 외출이 가능한 특급호텔 스위트룸보다는 누추하고 번거로워도 자유로운 자취방에서 살겠다'고 말합니다. 이 질문은 우리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시설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이 탈시설을 해서 자립생활을 하려는 이유 역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인간다운 삶의 가장 기본적 욕구이자 권리인 '자유'조차 보장하고 있지 못합니다.

봄꽃 축제가 한창인 지난 주말 서울 성동구의 한 연립주택 1층에 원인 모를 불이 났습니다. 보통 사람이면 가볍게 끄거나 피했을 상황이었지만 송국현씨는 불을 피하지 못하고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119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국현씨는 오른 팔과 오른 다리에 장애가 있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고, 언어장애도 있어 구조요청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사고 사흘 전 국현씨는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해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장애등급이 3급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2010년 10월 집안에 번지는 불길을 보고도 피하지 못해 죽음을 당한 뇌병변 장애인 김주영씨와 같은 상황이 재발한 것입니다.

국현씨는 최근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자립생활체험홈에서 생활하던 중이었습니다. 동료 인권활동가를 통해 지난 토요일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저는 두 가지 걱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국현씨가 이 고비를 넘겨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 힘들고 아픈 치료과정과 후유증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지….' 몹시 걱정되고 마음이 아파 뭐라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하게 된 국현씨 상황을 보고 정부와 시민들이 보일 반응'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이 왜 시설을 나와 위험한 자립생활을 하는가? 너무 위험한 선택이 아닌가?'와 같은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제기될 것이란 우려였습니다. 가뜩이나 쉽지 않은 탈시설 운동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보편적인 환경에서 자유로운 삶은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이자 권리입니다. 혼자 힘으로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거주를 지원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 되지요. 또 국가를 대신해 더 나은 거주인의 삶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는 시설과 시설종사자들이 있지만, 집단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시설에서의 삶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현씨가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장애등급을 따져 활동보조 지원을 최소화하고 있는 열악한 우리나라 상황을 알면서도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고 시설을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단순하고 본질적인 질문의 답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제약이 따르는 특급호텔 스위트룸보다 자유로운 자취방이 낫듯 제약이 따르는 거주시설보다는 위험하더라도 자유로운 자립생활을 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국가는 국민이 이런 최소한의 인간 본성을 존중받아 자유롭고 존엄한 삶을 살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탈시설화 정책'은 서구 복지국가들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정책입니다. 탈시설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주거와 소득, 활동보조와 같은 자립생활 지원 정책이 당연히 뒤따라야 합니다. 국가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국현씨와 같은 사람들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국가의 책임입니다.

놀이터에 놀러 나간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쳐서 울면서 돌아왔을 때, '그러게 왜 위험하게 나가 놀았냐며 아이를 다그치고 방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놀이터에 나가 돌부리를 치우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성숙한 나라와 시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국현씨의 아픔을 접하면서 대통령 선거공약이었던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약속을 지키지 않는 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고, 600일이 넘도록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제도 폐지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치며 농성중인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외치는 우리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인권활동가